CHATGPT에 원하는 답을 받는 질문법

얼마 전 친구가 CHATGPT로 여행 일정을 짰다며 결과를 보여줬는데, 하루에 관광지 여섯 곳을 오가도록 되어 있었다. 친구가 처음 입력한 말은 ‘부산 여행 계획 짜줘’ 한 줄이었다. 함께 가는 사람도, 걷는 걸 좋아하는지도, 숙소가 어디인지도 없으니 무난해 보이는 장소를 잔뜩 담은 셈이다. 같은 도구를 써도 질문에 상황을 조금만 보태면 답이 꽤 달라진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말하기
질문을 길게 쓰는 것보다 원하는 결과를 분명히 말하는 게 먼저다. ‘부산 여행 알려줘’라고 하면 명소 소개가 나올 수 있다. 반면 ‘부모님과 부산에서 하루를 보낼 일정을 짜줘’라고 하면 일정이라는 결과물이 뚜렷해진다. 여기에 ‘오전 10시에 부산역에서 출발하고, 오래 걷는 코스는 피하고 싶어’까지 붙이면 이동 방식도 달라질 여지가 생긴다.
일상적인 부탁에도 같은 방식이 통한다. ‘영어 공부 도와줘’보다는 ‘출근 전 20분씩 할 수 있는 영어 회화 연습 계획을 일주일치 만들어줘’가 바로 실행하기 쉽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이 20분이라는 숫자는 의외로 중요하다. 1시간짜리 계획을 받아놓고 첫날부터 부담을 느끼는 일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OpenAI의 ChatGPT 사용 안내도 목표와 필요한 배경, 원하는 결과 형태를 알려주라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매번 긴 양식을 채울 필요는 없다. 답을 바꿀 만한 정보 두세 가지만 떠올리면 충분하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언제 쓰는지, 피해야 할 조건이 있는지부터 적어보면 된다.
답을 쓸 장면까지 알려주기
같은 내용이라도 쓰는 곳에 따라 좋은 답의 모습은 다르다.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짧고 편해야 하고, 회의에서 읽을 메모는 결정할 내용이 먼저 보여야 한다. ‘거절 문자 써줘’라고만 하기보다 ‘친구의 주말 모임 초대를 거절하는 문자야. 요즘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를 부드럽게 전하고, 다음 달에 따로 만나자는 말을 넣어줘. 세 문장 이내로 써줘’라고 하면 손볼 부분이 줄어든다.
길이와 형식을 지정하는 것도 유용하다. 냉장고에 붙일 장보기 목록이라면 긴 설명보다 품목별 목록이 편하다. 예산을 비교한다면 문장만 이어지는 답보다 항목별 차이가 보이는 표가 낫다. ‘한눈에 볼 수 있게’, ‘각 항목을 한 줄로’, ‘초등학생도 이해할 말로’처럼 실제로 읽고 사용할 상황을 알려주는 식이다.
조건은 너무 많이 붙이지 않는 편이 좋다. 예를 들어 저녁 메뉴를 고를 때 ‘2인분, 30분 이내, 달걀 알레르기 제외’라면 선택 기준이 분명하다. 여기에 재료를 열 가지 이상 꼭 넣고, 설거지는 하나도 없어야 한다는 식으로 조건이 계속 늘어나면 답도 어색해질 수 있다. 꼭 지켜야 하는 조건부터 앞에 두고, 취향은 그다음에 적는 편이 편하다.
첫 답이 애매하면 한 부분만 고치기
처음 받은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질문을 처음부터 다시 쓸 필요는 없다. ‘설명이 너무 어려워. 전문 용어를 빼고 예시 하나로 다시 설명해줘’처럼 불편했던 지점을 짚으면 된다. 이메일 초안이 지나치게 딱딱했다면 ‘첫 문장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만 친근하게 바꿔줘’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저도 식단 아이디어를 받을 때 첫 답에 조리 시간이 긴 메뉴가 섞이면 ‘퇴근 후 15분 안에 만들 수 있는 메뉴로 다시 골라줘’라고 덧붙인다. 이렇게 한 번에 한 가지씩 고치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기 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은 유지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막막할 때는 답부터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 ‘이사를 준비하는데 빠뜨리기 쉬운 항목을 먼저 물어봐 줘’라고 하면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대화로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조건이 많은 계획은 질문 몇 개를 주고받은 뒤 만드는 편이 자연스럽다.
중요한 숫자와 최신 정보는 확인하기
CHATGPT가 매끄럽게 답했다고 해서 날짜나 금액까지 맞는 것은 아니다. 여행지 운영 시간, 지원 제도, 제품 가격처럼 바뀔 수 있는 정보는 ‘현재 기준으로 확인하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표시해줘’라고 요청하는 편이 좋다. 그래도 예약이나 신청처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때는 해당 기관이나 서비스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내 자료를 다루게 할 때도 기준을 알려주면 좋다. 예를 들어 ‘이 회의 메모만 바탕으로 결정된 일과 아직 논의 중인 일을 나눠줘. 담당자가 적혀 있지 않으면 추측하지 말아줘’라고 쓰는 식이다. 없는 내용을 그럴듯하게 채우는 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계약 조건이나 건강 정보처럼 판단에 영향이 큰 내용이라면 원문과 답을 나란히 놓고 빠진 부분도 살펴야 한다.
결국 편한 질문은 멋진 문장을 쓰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일, 내 상황, 원하는 답의 모양을 평소 말하듯 전하면 된다. 짧게 묻고 받은 답에서 부족한 부분을 한 번 더 짚는 습관이 CHATGPT를 쓸 때 가장 실용적이었다.
